[현장에서] 늦가을 물든 20대 여대생들의 축구 축제 > 생활축구

본문 바로가기

생활축구

[현장에서] 늦가을 물든 20대 여대생들의 축구 축제

b98gyeong
2015-11-09 00:00 5,114 0 0 0

본문


[스포탈코리아 X 에스이앰 제휴] 한재현= 꽃다운 20대 초반 여대생들이 축구화를 신고 한 자리에 모였다. 축구라는 게임은 경쟁이 있지만, 여대생들만이 만들 수 있는 문화, 즐거움이 늦가을 가평 땅을 물들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숙명여자대학교가 공동 주최 및 주관하는 제 6회 K리그컵 여자대학클럽 축구대회가 경기도 가평군 가평운동장에서 지난 7~8일 이틀 동안 열렸다.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이틀간 치러야 하는 일정인 만큼 전후반 합해 40분 동안 진행 되는 것 빼고, FIFA 규정에 맞춰 운영되는 대회다.  


2010년 첫 대회를 치른 이후 6년 째 맞는 여자대학클럽은 여자대학 축구동아리 최고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16개 학교 36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여느 대회 못지 않은 큰 대회가 됐을 정도다. 여자 축구 저변 확대는 물론 축구의 가치인 공정함, 건강한 학교 생활을 촉진 시키는 점에서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전국의 각 대학 여자축구 동아리들은 이 대회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승패를 넘어 늦가을 축제와 같은 의미다. 여대생들은 역동적인 스포츠인 축구에 왜 빠져들었을까? 20대 초반 꽃다운 여대생들이 축구를 즐기는 모습을 담아봤다. 

SK004_20151109_1201ext01.jpg

축구 내에서 비체대, 지방, 국경은 없다 
축구는 공 하나만 있으면 누구든 같이 함께 할 수 있다. 성별은 물론 체대/비체대, 국경도 없다. 체대 소속 선수들은 운동 신경이 좋아 축구에 금방 적응한다. 우승후보들도 체대 선수들이 많을 정도.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비체대 선수들이 상당수 많다. 축구를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운동에 익숙하지 않아 실수도 가끔 보이곤 한다. 체육학과가 없는 한국외대 FC HOLIC는 실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패배 아쉬움보다 중요한 건 있다. 한국외대 주장 이다현 양은 “아쉬움은 있지만,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지난 대회까지 졌지만, 첫 무승부를 이뤄 기쁘다. 승패보다 작은 것이라도 조금씩 이뤄 나가는 중요하고, 동료들이 서로 격려하는 모습에 고맙다”라며 실력 차 한계보다 도전 차체 의미를 뒀다.

외국인 여학생들도 축구 축제에 빠질 수 없다. 연세대 W-Kick 멤버인 미국 출신 테일러 양은 용병이라 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공격과 수비 그리고 골키퍼까지 가리지 않은 멀티플레이 본능을 과시하며, 관계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권도 선수를 하다 한국에 와서 체육학과 친구 소개로 시작하게 되었다”라며 “처음에 언어 때문에 어려움 있었지만, 축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친해졌다. 특히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 밖에도 서울시립대에는 이탈리아 출신 골키퍼 다니엘라, 덕성여대 경기에는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가평을 찾아온 캐나다 출신 하비 슈미트 교수도 이 대회를 즐겼다.

코치들의 활약, 여대생들의 정신적 지주 
동아리라고 선수들로 구성될 수 없다. 대부분 팀이 코치들을 둘 정도로 체계적인 팀 운영을 하고 있다. 코치들은 단순히 지도자만 평가할 수 없다. 아마추어 여자 선수들에게 스승 이상으로 정신적 지주, 팀 닥터까지 하고 있다. 그 중 포항 스틸러스에서 뛴 연세대 김은총 코치의 경력도 이색적이었다. 그는 공익근무 복무 직전 모교 후배들 지도로 축구와 인연을 이어갔다.

특히 국민대 한마음 LADIES 김병운 코치의 고려대전 하프타임 당시 선수들에게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선수들의 의욕이 떨어지는 모습 보이자 “승패가 문제 아냐.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니?”라며 최선을 다할 것을 독려했다. 이어 “비가 오더라도 땀 흘리니 수분 보충하라”라며 선수들의 건강까지 생각했다. 경기 종료 직전 국민대 한 선수가 발목 부상으로 쓰러지자 직접 붕대를 감아주기도 했다.  

그는 현재 국민대 재학 중인 학생이다. 축구 선수 출신이었고, 봉사활동 개념으로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다. 선수들과 함께 추억을 쌓고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타 팀 코치들도 축구 선수 출신인 만큼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선수들도 “선수 출신 코치들이 지도해 주니까 축구 실력도 늘고, 최선을 다하시니 감사하다”라고 말할 정도다. 

SK004_20151109_1201ext02.jpg

양보 없는 싸움, 고연전 또는 연고전 
여자대학클럽축구대회는 즐기는 분위기나 이번 경기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바로 대학 최고 라이벌인 연세대와 고려대의 맞대결인 고연전 또는 연고전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이뤄졌다. 두 팀 선수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절대로 져서 안 되는 경기죠”라고 말한다. 실제로 경기 전 악수 할 때 묘한 긴장감이 흐를 정도다. 

경기도 치열했다. 양 팀 선수들은 적극적인 몸싸움과 과감한 태클이 많이 나오고, 공격적인 플레이가 펼쳐지는 등 평소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 추운 날씨에 쏟아지는 빗줄기에 체력 소모는 컸지만, 한 발짝이라도 더 뛰려 했다. 라이벌전이 가지는 위력이 아닐까 싶었다.

결과는 고려대의 2-1 승. 고려대 선수들은 경기 후 고연전 승리 세레머니인 ‘뱃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만끽했고, 라이벌전에서 패한 연세대 선수들은 웃음을 잃은 채 쓸쓸히 돌아서야 했다.(연세대는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하며, 연고전 패배를 다소 씻어냈다)

SK004_20151109_1201ext03.jpg

눈물이 담긴 기쁨과 슬픔 
승리의 기쁨은 웃음과 함께 눈물도 같이 선사한다. 두 번째 대회에 참가하는 부산대 PNU 레이디스. 몇 안 되는 지방팀 중 하나이며, 늦은 밤 6시간 동안 이동한 피로를 잊은 채 참가할 정도로 열정은 최고였다. 부산대는 강원대와의 C조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창단 후 대회 첫 승이며, 5경기 만에 거둔 성과였다. 쏟아지는 빗물과 함께 부산대 선수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첫 승이 그 동안 기다림과 패배의 서러움을 씻어버린 셈이다.(부산대는 이 기세를 몰아 8강까지 진출했다) 

반면 아쉬움의 눈물도 있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인 한체대 FC천마는 이화여대 ESSA와의 4강전에서 패했고, 일부 선수들은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팀원들이 눈물 흘리는 선수를 위로했지만 소용 없었다. 아마추어 대회이지만, 우승을 위해 땀을 흘려 왔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SK004_20151109_1201ext04.jpg

즐기는 마음, 승패보다 더 아름답다 
축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는 승패를 내야 한다. 그러나 스포츠가 가지는 페어 플레이, 즐기는 마음은 승패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 

패한 팀들은 아쉬움이 있어도 상대편 선수들에게 “우승하세요”, “축하한다”라는 덕담을 주로 한다. 또한 대회를 마친 후 시상식에서 입상한 팀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환호를 보냈다. 이외에도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의 응원, 실수해도 격려를 아끼지 않은 문화가 잘 잡혀져 있다. 이를 지켜보는 연맹 관계자도 “오히려 여학생들이 순수하게 이 대회를 즐기는 것 같다”라고 흐뭇했다.

이날 참가했던 선수들은 다음날 일상으로 돌아가 학생으로서 학업에 전념할 것이다. 축구가 가지는 아름다움과 위대함, 우리가 어느 새 잊고 있는 순수함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이날 참가했던 선수들이 축구를 통한 좋은 마음을 가지고 간 것만 해도 큰 성과이지 않을까? 여자대학클럽 축구대회가 존재하는 큰 의미이다. 폭우와 쌀쌀한 날씨에도 따뜻함이 느꼈던 11월 초 주말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글/사진(가평)=에스이앰 한재현 기자(http://semsports.co.kr)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b98gyeong 회원등급 : 흰띠 / 흰띠 1
포인트 0
경험치 0
[레벨 1] - 진행률 0%
가입일
2019-10-16 09:49:41

최신글이 없습니다.

최신글이 없습니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 전체검색